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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일방과실, 과연 받아들여야 할까?

by 문콕 박차장 2025. 2. 8.

얼마 전, 저는 평소처럼 안전하게 운전하며 어린이 보호구역이 있는 도로를 서행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오른쪽에서 무리하게 좌합류로 진입하는 차량이 제 차를 강하게 충돌했습니다. 그 차량은 깜빡이도 켜지 않은 채, 마치 저를 보지 못한 것처럼 들이닥쳤습니다. 앞에 운전 연수를 받는 차량까지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진입한 그 차량으로 인해 제 차의 오른쪽이 전부 손상되었고, 저는 큰 충격과 당황스러움 속에서 사고 처리를 시작해야 했습니다.

보험사에서는 상대 차량의 100% 과실을 인정한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풀리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바로 대인 접수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저는 이 조건이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100% 과실이라면 조건 없이 그대로 처리되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러 자료를 찾아보고, 전문가의 의견도 참고하며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보험사에서 말하는 이런 합의는 "조건부 일방과실"이라고 불린다고 했습니다. 이는 피해자인 제가 과실 없이 사고 처리가 되는 동시에 가해자의 보험료 할증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저에게는 대인 사고 점수가 붙지 않아 무사고로 처리되는 장점이 있고, 가해자 보험사 입장에서는 대물 보상만 증가할 뿐 대인 접수로 인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니 모두에게 유리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답답했습니다. 정말로 이런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한문철TV를 보며 상황에 따라 과실 비율이 달라질 수 없다는 설명을 접했을 때, 저도 처음에는 보험사의 조건부 합의가 부당하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보험사의 설명을 듣고 나니 조금은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제가 이 조건을 거부하면 과실 분쟁 조정 심의로 넘어가야 하고, 그 과정에서 기다림과 억울함을 감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만약 심의에서 단 1%라도 제 과실이 인정되면, 그때는 조건부 일방과실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이번 사고로 크게 다치지 않았고, 최근 몇 년 동안 다른 사고 이력도 없었기에 저는 결국 조건부 일방과실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물론 마음 한편에는 억울함이 남습니다. 제 잘못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조건 속에서 합의를 해야 한다는 현실이 마냥 유쾌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제가 내릴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이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고를 통해 저는 사고 처리 과정이 단순히 옳고 그름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때로는 억울함을 뒤로하고,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할 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 놓인 분들이 이 글을 통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저는 제 선택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제가 처한 상황 속에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하나라고 믿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