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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현장조사와 과실협의, 그리고 월요일에 오는 연락의 의미

by 문콕 박차장 2025. 4. 2.

얼마 전 일요일에 렌트카와의 경미한 접촉사고가 있었습니다. 사고 직후 보험사에 접수하고 현장조사반이 도착했는데, 그분의 복장과 차량에는 보험사 로고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당연히 보험회사 직원이겠거니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그분은 보험사 직원이 아니라 보험사와 계약을 맺은 카센터, 공업사 또는 레카차 직원이었습니다. 사고 현장조사반의 역할은 사고 상황을 사진이나 블랙박스 영상으로 정확히 기록하고 이를 보험사 전산에 등록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과실을 확정하거나 보험사 간 협의에 참여하는 주체는 아니라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렌트카 사고였기에 상대 측에서 출동한 사람도 혹시 렌트카 회사의 직원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렌트카도 일반 보험회사 또는 렌트공제조합에 보험을 가입하기 때문에, 그쪽에서 나온 현장요원 또한 보험사 직원이 아니라 아웃소싱업체 직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더군요. 즉, 현장에 나와 상황을 보는 사람들은 모두 ‘기록자’이지, ‘판단자’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날 사고가 일요일이었던 탓에, 현장 요원이 “월요일에 연락이 갈 것”이라고 말했는데, 처음엔 무슨 연락을 말하는 건지 몰랐습니다. 알고 보니 보험사 본사의 보상 담당자들은 대부분 주말에 근무를 하지 않기 때문에, 현장요원이 올린 사고 정보는 평일이 되어야 담당자에게 배정되고, 본격적인 보험처리 절차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월요일 오전에 양측 보험사에서 각각의 보상 담당자가 선정되어 사고에 대한 확인, 과실 판단, 수리 일정 등에 대해 전화 연락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양쪽 과실이 조금이라도 존재하는 사고라면, 우리 보험사 대물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올 수 있고, 만약 상대방의 100% 과실로 접수가 되었다면 그쪽 보험사 담당자에게서만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대인 접수가 따로 되어 있다면, 대인 담당자로부터 부상 정도나 치료 방식 등에 대한 안내도 추가로 오게 됩니다.

무엇보다 궁금했던 건 ‘과실비율’은 과연 누가, 어떻게 정하는지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조사해본 결과, 과실비율은 각 보험사의 대물 담당자들이 법원 판례와 기준표(적용 과실도표)를 근거로 협의를 통해 정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각각의 주장과 사고 상황에 따라 가감 요소가 있으면 이를 논의하게 되고, 양측 보험사가 합의하면 과실비율이 정해집니다. 하지만 보험사 간 협의에 대해 당사자인 제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해당 보험사는 과실분쟁심의위원회에 정식 심의 요청을 해야 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결국 소송으로도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 일을 겪으며, 우리가 흔히 ‘보험사 직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외부 위탁업체 직원일 수 있다는 사실과, 사고 이후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과실비율 협의가 단순히 보험사끼리 알아서 처리되는 일이 아니라 고객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하며, 그 동의가 없을 경우 공식적인 심의와 법적 절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꼭 기억해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교통사고는 순간의 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