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서행하며 지나가던 중 뜻하지 않은 사고를 겪었습니다. 횡단보도를 자전거를 타고 건너던 한 할아버지와 충돌하게 된 것입니다. 사고 직후, 저는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즉시 보험회사에 연락해 사고 접수와 대인 접수까지 모두 처리했습니다. 당시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그 할아버지께서 직접 전화를 걸어오셨습니다. 다짜고짜 “횡단보도 사고라서 경찰에 신고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씀하시더니, 신고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위로금 50만 원을 요구하셨습니다. 너무나 황당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해 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이 사고의 법적 성격을 살펴보았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주장하신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은 도로교통법상 12대 중과실 중 하나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해당 법조항이 ‘보행자’와의 사고에만 적용된다는 사실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있는 경우 법적으로 보행자로 간주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사고는 중과실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위는 교통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고 과실 비율도 제게 전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통상 7:3 정도로 조정된다고 하더군요. 무엇보다 제가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중과실이 아닌 이상 추가적인 민사 책임을 질 필요는 없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할아버지의 위로금 요구가 법적 근거가 없는 과도한 요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미 보험 처리를 통해 피해자에게 충분히 배상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렇기에 법적 책임 이상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저는 단호히 마음을 먹었습니다. 할아버지께 다시 연락을 드려 이렇게 말씀드릴 계획입니다. “보험 처리에는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금전적인 요구는 법적으로 정당하지 않습니다. 이를 반복하신다면 모든 상황을 원점으로 되돌려 과실상계(7:3)부터 다시 검토하겠습니다.”라고요.
혹시 할아버지께서 경찰에 신고하신다고 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만약 경찰 조사가 이루어진다면, 안전운전 불이행으로 인해 벌점과 소정의 범칙금이 부과될 수는 있겠지만, 형사처벌 대상은 아닙니다.
이번 일을 통해 한 가지를 배웠습니다. 억울하고 황당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저는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위로금을 지급하는 선택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법적 책임을 다한 뒤, 과도한 요구에는 단호히 대처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 믿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에서는 흔들리지 않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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