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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경미한 접촉사고, 그 후의 불안한 며칠

by 문콕 박차장 2025. 10. 22.

지난 4월 3일, 아버지께서 제 SM5를 운전하며 골목길을 천천히 지나시다가 사이드미러로 한 보행자의 손을 스치셨습니다. 당시에는 피해자분이 “괜찮습니다, 그냥 가세요”라고 하셨기에, 아버님도 죄송한 마음으로 몇 차례 사과를 드리고 현장을 떠나셨습니다. 그런데 이틀 뒤인 4월 5일, 피해자분이 경찰을 통해 대인 접수를 요구하며 여러 차례 연락을 해 오셨습니다. 차량 명의자가 저라서 제게 연락이 계속 왔습니다. 그때부터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이게 혹시 뺑소니로 오해받을 수도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먼저 경찰에 문의를 해보니, 만약 뺑소니로 정식 접수가 된다면 처벌 대상은 저나 가족이 아닌 아버님이 된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경찰이 바로 수사를 진행하기보다는 연락을 통해 상황을 먼저 확인한 건, 사고가 경미하고 피해자도 중상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도주사고로 형사처벌을 받으려면 ‘고의적인 도주’나 ‘사고 조치 의무 위반’이 명확히 입증되어야 하는데, 본건은 그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실제로 당시 아버님은 피해자에게 사과도 했고, 현장을 고의적으로 벗어나려는 의도도 전혀 없었으니까요.

다만, 대인 접수를 미루다가 피해자가 정식 접수를 요구할 경우, 비록 뺑소니는 아니더라도 ‘사고 후 미조치’로 분류되어 범칙금과 벌점이 부과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범칙금은 4만~6만원, 벌점은 10점 정도라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큰 금액은 아니지만, 사고 사실이 명확한 이상 보험을 통해 정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가장 깔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피해자분이 다시 연락을 주셨습니다. 그때 순간적으로 ‘혹시 보험사기를 노리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곧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피해자를 함부로 보험사기로 단정 짓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괜히 무고죄로 문제가 커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보험사에 대인 접수를 한 뒤 담당자에게 ‘조금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의견을 전달하면, 보험사에서 ICPS(보험사기 조회 시스템)으로 피해자의 과거 이력을 검토하고 필요한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즉, 제가 직접 나설 필요는 없고, 보험사가 시스템적으로 검증을 해준다는 뜻이었습니다.

보험료 할증 문제도 신경이 쓰였습니다. 피해자가 “첫 사고니까 보험료는 안 오른다”고 말했지만, 알아보니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대인 사고는 경미하더라도 사고점수 1점이 부과되고, 최근 3년간 무사고였다면 보험료가 약 25%가량 인상된다고 하더군요. 사고의 크기와 관계없이 ‘대인 접수’가 들어간 순간, 보험료 인상은 피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조금 씁쓸했습니다. 그래도 정직하게 처리하는 것이 나중에 문제를 키우지 않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우리 차량은 ‘누구나 운전할 수 있는 보험’에 가입되어 있었습니다. 아버님이 운전 중 사고를 내셨다고 해도, 보험 범위 안에서 정상적으로 보상 처리가 가능합니다. 즉, 별도의 위반이나 허위신고 문제는 전혀 없는 셈이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경우 ‘운전자를 바꿔서 신고하면 보험료가 덜 오른다’는 이야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차량 명의가 제 것이므로, 아버님이 운전하시든 제가 운전하든 사고 이력은 보험개발원에 동일하게 등록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아버님 1건 + 제 1건’이나 ‘아버님 2건’이나, 할증 폭은 동일합니다.

며칠간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며 느낀 건, 결국 빨리 처리하는 게 마음의 짐을 줄이는 길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사고 후 대응을 미루면 할수록 오해가 생기고, 상대방의 불신도 커집니다. 뺑소니가 아니더라도 ‘사고를 숨겼다’는 인식이 생기면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국 대인 접수를 진행하고, 보험사에 모든 사실을 그대로 알렸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한 가지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사고의 크기보다 ‘대응의 투명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아버님도 “괜히 불안해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처리하자”며 담담하게 말씀하시더군요. 저 역시 이번 일을 계기로 보험의 원리와 법적 절차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의 태도와 선택이 그 사람의 품격을 결정한다고 믿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아버님께도 저 자신에게도 더 신중한 운전 습관과 책임 있는 대응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