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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 차를 무보험으로 몰다 일어난 끼어들기 사고

by 문콕 박차장 2025. 6. 5.

얼마 전 아내의 차량을 운전하던 중 끼어들기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상대방 차량이 급하게 차선으로 진입해오는 바람에 충돌이 일어났고, 사고 당시에는 상대방이 명백한 가해자로 보였습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고, 경찰 신고 후 보험 처리를 하기로 했는데,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저는 그 차량의 기명 피보험자가 아니었고, 아내 차량은 ‘기명 1인 한정’ 조건의 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던 겁니다. 다시 말해, 제가 운전하던 당시에는 그 차량에 대해 아무런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상태였던 셈입니다.

사고 후 상대방 보험사에서는 대물 처리에 대해서는 전부 책임지겠다고 했습니다. 그 말만 듣고 저는 ‘상대방 100, 나 0 과실’로 마무리되는, 흔한 일방과실 사고로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본 결과, 상대방 보험사가 전액 대물처리를 해주겠다는 말은 **‘조건부 일방과실’**에 해당하는 제안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제가 대인접수를 하지 않을 경우에만 대물은 모두 처리해주겠다는 조건부 합의였던 것입니다. 만약 제가 대인접수를 요청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과실 비율을 다시 따져야 하기 때문에 일방과실로 인정했던 입장을 바꾸게 되고, 결국 제 과실도 일부 인정되면서 처리 구조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하더군요.

사실 이번 사고의 경우, 끼어들기 상황이라는 특성상 일방과실이 아닌 쌍방과실 구조가 적용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합니다. 실제로 교통사고 과실비율 기준을 보면, 차선 변경 중 사고는 통상적으로 가해자 70%, 피해자 30% 정도로 보는 경우가 많고, 상황에 따라 더 줄어들거나 늘어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습니다. 만약 저의 과실이 30%라도 인정된다면, 저는 무보험 운전자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손해는 전부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게다가 대인보상 역시 무보험 상태이기에, 상대방 보험사의 책임보험 한도를 넘는 치료비나 손해는 전혀 보상받을 수 없습니다.

상대방 차량이 가입한 보험도 책임보험만 적용되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책임보험은 대물은 최대 2000만원, 대인은 부상 정도에 따라 14급은 50만원, 13급은 80만원, 12급은 120만원, 1급은 최대 3000만원까지 한도가 정해져 있습니다. 만약 제 몸에 큰 부상이 생겼다면, 이 한도를 초과한 치료비는 모두 제가 감당해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다행히 큰 외상이 없었지만, 그때 만약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면 이 사고는 재정적으로도 매우 심각한 부담이 되었을 것입니다.

무보험 상태로 차량을 운전한다는 것이 어떤 위험을 동반하는지를 저는 이번 사고를 통해 실감했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피해자니까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습니다. 가해자가 책임보험만 가지고 있고, 내가 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상황이라면, 과실이 조금이라도 인정되는 순간 책임은 오히려 나에게 더 크게 돌아옵니다. 대물 손해 중 내 과실 비율만큼은 내가 직접 물어줘야 하고, 대인 치료비도 보험사로부터 받을 수 없으며, 심지어 상대방 보험사와의 합의 과정에서도 불리한 입장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대인접수를 하지 않는 선에서 사고를 마무리하는 것’이 저에게 오히려 손해를 줄이는 길일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물론 이것이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닙니다. 사고로 인한 통증이 있거나 치료가 필요한 경우, 응당 정당한 치료를 받고 보상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여건과 보험구조를 고려할 때, 무보험 운전자라는 상황에서는 가능한 모든 위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번 사고는 제게 두 가지 교훈을 주었습니다. 첫째, ‘기명 1인 한정’ 보험 차량은, 그 보험 대상자가 아닐 경우 절대 운전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둘째, 교통사고에서 과실이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은 상황이라면, 보험 유무가 결과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는 가족 차량이라 해도 보험 조건을 철저히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단기운전자 확대 특약이라도 반드시 가입하고 운전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보험은 단지 사고 시 보상을 받는 수단이 아니라, 사고 이후 내 삶을 지켜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그동안은 무심코 지나쳤던 보험 약관이나 가입 조건이, 이번 일을 겪으며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체험했습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운전 전에는 반드시 내 상황에 맞는 보험이 적용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큰 책임을 지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다는 걸 이번 경험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