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한 지인이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목소리가 완전히 가라앉아 있었어요.
"형, 나 교통사고 났는데 보험사에서 90:10 통보서가 왔어. 내가 90% 과실이라는데, 이거 맞는 거야? 상대방이 신호위반 한 게 블랙박스에 찍혔거든. 근데 보험사에서 그냥 90:10이 표준이래."
전화를 끊고 든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또 한 명의 운전자가 보험사의 과실비율 통보서를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구나.
여러분, 오늘은 이 이야기를 꼭 해드리고 싶습니다. 보험사가 정해준 과실비율이 무조건 맞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이의제기는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절차만 알면 누구든 할 수 있습니다.
왜 보험사의 과실비율이 항상 정답은 아닐까
보험사의 과실비율은 초기 단계에서 보상담당자가 사고 접수 내용과 간단한 자료만으로 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쁜 업무 속에서 모든 사고를 세세히 분석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과실비율 통보서는 '잠정적인 수치'에 가깝습니다. 최종 확정이 아니라, 이의를 제기하면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숫자입니다.
특히 블랙박스 영상, CCTV, 현장 증거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초기 과실비율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요한 증거를 보험사가 아직 보지 못했다면, 과실비율은 충분히 바뀔 여지가 있습니다.
이의제기 3단계, 이렇게 진행됩니다
과실비율 이의제기는 총 3단계로 이루어집니다. 순서대로 하나씩 살펴볼게요.
분심위의 합의율은 무려 91.4%입니다. 10명 중 9명 이상이 분심위 단계에서 합의에 이릅니다. 과실비율 이의제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냥 시작하면 됩니다.
소송보다 분심위를 먼저 선택해야 하는 이유
"그냥 소송할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송은 신중해야 합니다.
1심에 평균 135~377일, 항소심까지 가면 709~853일이 걸립니다. 변호사 비용과 시간을 생각하면 큰 부담입니다. 게다가 과실비율 불복 소송은 전체 사고의 1% 미만에 불과합니다.
반면, 분심위를 거친 후에도 안 된다면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금분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금분위 합의권고안은 양측이 동의할 경우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습니다. 소송과 같은 법적 효력을 받으면서도 훨씬 빠르고 저렴합니다.
소송은 정말 마지막,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시기 바랍니다.
이의제기 성공을 위한 3가지 조언
첫째, 증거를 즉시 확보하세요. 블랙박스 영상은 사고 후 1~2주 내로 덮어쓰기될 수 있습니다. 사고 직후 영상을 별도로 저장하고, 주변 CCTV가 있다면 해당 상가나 관공서에 문의해 확보하세요.
둘째, 지체하지 마세요. 분심위 각 단계 결정 후 14일 이내에 다음 단계를 청구해야 합니다. 시간이 지체되면 절차가 더 복잡해집니다.
셋째, 보험사 말을 그대로 믿지 마세요. "저희 표준 과실비율입니다"라는 말은 초기 검토에 불과합니다. 증거를 제시하면 과실비율은 충분히 바뀔 수 있습니다.
과실비율 통보서, 그냥 받아들이지 마세요. 잘못된 과실비율로 억울한 피해를 보는 운전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