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상담 온 박 모 씨 이야기입니다. 박 씨는 편도 2차선 도로에서 좌회전을 하려고 1차선에서 정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뒤에서 오던 차량이 박 씨 차량의 우측 뒷부분을 긁고 지나갔습니다. 사고 자체는 경미했는데, 문제는 보험사에서 연락이 온 뒤였습니다. "박 씨 과실 70%입니다. 좌회전 대기 중인데 차선을 벗어난 것으로 판단됩니다."
박 씨는 황당했습니다. "내가 멈춰 있었는데 뒤에서 박았는데 내 과실이 더 많다고?" 하지만 막상 보험사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동의할 뻔했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생각보다 많습니다. 오늘은 박 씨 같은 분이 실제로 쓸 수 있는 반박 포인트를 이야기하겠습니다.

"기준표가 그렇습니다"라는 말에 속지 마세요
보험사에서 가장 흔히 하는 말이 "손해보험협회 기준표에 따르면 이 비율이 맞습니다"입니다. 그런데 이 기준표, 사실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보험사끼리 분쟁을 줄이자고 만든 일종의 '참고 매뉴얼'일 뿐입니다.
더 중요한 점은 기준표의 맨 아래에 있는 단서 조항입니다. "단, 도로 상황과 차량 속도, 기상 조건, 사고 예측 가능성 등에 따라 비율이 조정될 수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즉, 법원이나 분쟁심의위원회에서는 언제든지 이 기준과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박 씨의 경우에도 보험사는 '좌회전 차량의 차선 이탈'이라는 기준을 적용했지만, 실제 사고 상황을 보면 후행 차량이 전방 주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더 큰 원인이었습니다. 멈춰 있는 차량을 박은 후행 차량의 과실이 더 크다는 논리가 충분히 성립합니다.
블랙박스, 한 대만 믿으면 안 됩니다
블랙박스는 양날의 검입니다. 내 블랙박스에는 나에게 유리한 각도만 찍혀 있을 수도 있고, 반대로 불리한 각도만 찍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블랙박스는 차량에 부착된 위치와 방향에 따라 시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박 씨의 경우, 자신의 블랙박스로는 차선을 정확히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상대방 보험사는 "박 씨 차량이 차선을 살짝 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상대방 블랙박스를 확인해 보니, 각도에 따라 약간 다르게 보이긴 했습니다.
이런 경우 반드시 주변 CCTV를 확인해야 합니다. 교차로나 주변 상가, 건물의 CCTV가 있다면 그걸 확보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박 씨도 결국 인근 편의점 CCTV를 확보했고, 자신이 차선을 이탈하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모르면 손해, 이의제기 절차
많은 운전자가 보험사의 과실 통보를 받으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갑니다. 하지만 이의제기 절차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수백만 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분쟁심의위원회(분심위)에 신청하면 약 60% 이상의 사건이 조정을 통해 해결됩니다.
절차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먼저 내 보험사 담당자에게 이의를 제기합니다. "과실비율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분심위 신청을 고려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보험사도 진지하게 재검토합니다. 보험사는 분심위에서 불리한 결정이 나는 것을 피하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손해보험협회 홈페이지에서 분쟁심의위원회 신청서를 다운받아 작성 후 제출하면 됩니다. 신청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이후 금감원 민원, 법원 소송 순서로 갈 수 있지만, 대부분의 분쟁은 분심위 단계에서 마무리됩니다.

마지막으로 기억할 것
과실비율 10% 차이가 얼마일까요? 합의금이 1,000만 원이라면 10%는 100만 원입니다. 2,000만 원이라면 200만 원입니다. 생각보다 큰돈이죠. 그런데 많은 분이 귀찮다는 이유, 또는 보험사가 하라는 대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그냥 동의해 버립니다.
보험사는 영리 기업입니다. 당연히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과실비율을 산정하려고 합니다. 그걸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건 운전자인 내가 내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보험사의 말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과실비율에 이의가 있다면 반드시 절차를 따르세요. 블랙박스, CCTV, 경찰 실무조사표, 이 세 가지 증거만 있으면 대부분의 상황에서 내 입장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습니다.
✔️ 반박논리 핵심 5가지
· 과실비율 기준표는 법이 아니라 참고 기준입니다.
· 내 블랙박스만 믿지 말고, 상대방 블랙박스·CCTV도 확인하세요.
· 보험사 통보에 동의하지 말고, 분쟁심의위원회를 활용하세요.
· 경찰 실무조사표는 가장 객관적인 증거 자료입니다.
· 과실비율 10% 차이가 수백만 원의 차이를 만듭니다.
출처: 손해보험협회 과실비율 분쟁심의위원회, 법무법인 대륜 교통사고과실비율 총정리,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