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고속도로에서 후미추돌 사고를 일으켰습니다. 제가 명백한 가해자인 사고였고, 처음 겪는 일이라 너무 당황스럽고 두려웠습니다. 저는 현재 책임보험만 가입된 상태였고, 사고 당시에는 그게 얼마나 위험한 선택이었는지를 몰랐습니다. 피해자분께서는 부상 12등급 판정을 받고 치료 중이시며, 다행히 대물 처리도 렌트와 수리를 포함해 2천만 원 책임보험 한도 내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큰 사고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형사합의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중과실도 아니고 단순 후미추돌 사고인데 형사처벌을 면하려면 반드시 합의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책임보험이나 무보험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와의 형사합의가 형사처벌을 면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참 막막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분께서 차량을 판매할 때 손해를 본다며 감가상각비용 500만 원을 요구하셨습니다. 사고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드린 것도 죄송한데, 현실적인 상황에서 그렇게 큰 금액은 너무나 부담스러웠습니다.
저희 보험사 대물 담당자에게 문의했더니, 차량 연식이 5년을 초과한 경우에는 감가손해, 즉 '자동차 시세하락 손해'에 대한 보상이 약관상 불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피해자분께서 소송을 통해 판결을 받으시면 그에 따라 보험사가 지급하게 되겠지만, 그건 제 개인이 직접 부담해야 할 내용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 점은 피해자분께도 잘 설명드리고 싶었지만, 감정적으로 힘드신 상태라 대화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형사합의금의 적정 금액도 고민이 되었습니다. 제가 알고 싶었던 건, 피해자분이 요구하신 500만 원이 적절한 수준인지였습니다. 전문가에게 상담한 결과, 현재 12급 부상에 해당하는 요추염좌의 경우 초진 기준 2~3주 진단이면 형사합의금으로는 보통 100만 원에서 150만 원 선, 많아도 200만 원 이내라고 하더군요. 형사합의금은 오직 인명피해에 대한 부분으로, 감가손해 같은 민사적 배상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도 그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피해자분이 현재 책임보험 한도인 120만 원 내에서 치료 중이시라 하셨지만, 이후 본인 차량 보험의 무보험차상해 특약으로 치료를 계속 받으실 경우, 초과된 치료비나 합의금에 대해 보험사가 저에게 구상청구를 할 수도 있다고 하여, 이 점도 주의 깊게 지켜보려 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최대한 피해자분께 도움을 드리고 싶지만, 현실적인 여건 속에서 어떻게 하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성실히 대응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가 처한 상황과 배운 사실들을 정리하면서, 혹시 저처럼 무심코 책임보험만 가입한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너무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거운 시간이지만, 그래도 현명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