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암 4기 진단을 받고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쉽지 않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얼마 전 예기치 않게 교통사고까지 당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생명에 위협이 되는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사고로 인해 허리와 몸 곳곳에 통증이 생기면서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암 치료를 우선적으로 받아야 하는 절박한 시기라, 교통사고로 인한 치료를 당장 시작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암 치료 일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10월 중순 이후에 교통사고 관련 치료를 본격적으로 받아도 괜찮을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제가 궁금했던 건 보험에서 보장하는 대인 치료를 이렇게 한참 미뤘을 때 과연 인정이 될 수 있는지, 혹은 그로 인해 불이익을 받게 되지는 않을지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보험이라는 게 때때로 예상치 못한 조건이나 기간 제한이 있기도 하고, 혹시 나중에 치료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보험사에서 접수를 거절해버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보게 되었고, 그 조언을 들은 뒤로는 방향을 조금 더 명확히 잡을 수 있었습니다.
우선 들은 설명에 따르면, 교통사고 후 대인치료를 받을 경우 가장 중요한 건 ‘초진 시점’이라고 합니다. 사고를 당한 즉시 또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병원을 방문하여 진단을 받는 것이 이후 보험 처리와 합의 과정에서도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사고 직후의 진단은 외상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입증하는 자료가 되기 때문에, 이를 생략하거나 늦추게 되면 보험사 측에서 향후 치료 필요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제 경우처럼 암 치료 중이라는 특수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교통사고는 사고 직후가 가장 위중한 상태로 간주되기 때문에, 최소한 응급실이라도 방문해 초진기록을 남겨놓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연휴 기간이라 하더라도 문을 여는 정형외과나 병원 응급실을 찾아가, 지불보증으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권유받았습니다. 이렇게 해야만 이후 치료를 조금 늦게 시작하더라도 보험사 측에서 타당한 사유로 인정해 줄 수 있고, 치료비 보장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교통사고 후 지불보증 기간은 대개 사고일로부터 약 4주간만 유효하다고 합니다. 만약 그 기간 내 병원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으면, 보험사 측에서 자동으로 지불보증을 종료하게 되며, 이후 치료는 ‘사후접수’ 형태로 진행되어야 하기에 보험사로부터 치료 보장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즉, 제가 10월 중순까지 기다렸다가 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그때는 이미 지불보증이 만료된 상태가 되어버리며, 보험사가 "왜 이제 와서 치료를 받으려 하냐"며 접수를 거절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4주 이내에 한 번이라도 병원에 방문해 사고로 인한 상해에 대해 진단을 받고, 향후 추가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서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하면, 보장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통상적으로는 ‘요추 염좌’ 정도의 경상 사고의 경우 진단이 부상 12급 정도로 분류되며, 이 경우에도 초기에 초진만이라도 기록해 두면 이후 정식 치료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저는 가능한 한 빨리 병원에 내원해 진단을 받고, 향후 치료 계획서를 확보하려고 합니다. 지금은 암 치료가 최우선이지만, 교통사고로 인한 후유증도 결코 가볍게 넘길 수는 없는 문제이기에, 두 치료를 최대한 지혜롭게 조율해서 진행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보험사 입장에서도 사고 이후의 초동 대응을 통해 치료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어야 이후 모든 절차가 원활히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아무리 치료를 미뤄야 할 정당한 사정이 있다고 해도, 초기 진료 기록이 없다면 보험사에서는 그 사유를 인정해주지 않을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현재 병원에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지인이나 보호자와 함께 응급실을 잠시 다녀오거나, 간단한 검사라도 진행해서 의료기록을 남기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더 나은 선택이라는 조언이 매우 와닿았습니다.
몸도 마음도 버거운 시기에 또 하나의 걱정이 더해져 참으로 힘든 나날이지만, 지금이라도 대응 방법을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암 치료도, 교통사고 후 치료도 결국은 제 건강을 지키기 위한 여정이니만큼, 지치지 않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잘 풀어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혹시 저처럼 암 치료 중 예기치 않은 사고를 당해 고민 중이신 분이 있다면, 무엇보다 ‘초진 기록’만큼은 반드시 챙겨두시기를 꼭 권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그 어떤 상황에서도 치료받을 권리를 잃지 않게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