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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사고 후, 현금 합의 제안 앞에서 제가 선택한 길

문콕 박차장 2025. 5. 26. 10:00

얼마 전,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사고 원인은 명백히 기사님의 과실이었고, 저는 충격으로 인해 병원 진료가 필요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지나가는 사고로 넘기려 했겠지만, 사고 충격과 통증이 예상보다 컸고, 진단서상으로도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보험 대인 접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택시 회사의 임원이라는 분이 저에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그분은 "진단서를 보내주시면, 치료비 등은 현금으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라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처음엔 고맙기도 했습니다. 보험 접수 없이도 치료비를 챙겨주겠다니, 번거로운 절차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게 과연 저에게 유리한 일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현금으로 주겠다'는 말이 정말 제가 받아야 할 모든 보상, 예를 들어 위자료나 휴업손해, 향후 치료비까지 포함하는 의미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런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보험 전문가와 경험자들의 의견을 참고한 결과, 이런 식의 '현금 처리'는 대부분 단순히 병원비와 진단서 발급 비용 등 실비 수준만 보상하려는 의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상해 사고 피해자로서 정당하게 받아야 할 정신적 위자료나 이후 치료에 대한 보상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죠.

왜 이렇게 대인 접수를 꺼리는가에 대해 알아보니, 보험 갱신 시 할증 문제가 큰 이유였습니다. 특히 택시나 버스 회사는 손해보험회사가 아닌 공제조합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이 공제조합의 대인사고 할증률이 일반 보험회사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가능한 대인 처리를 피하려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인 접수는 보험사가 해주고 안 해주고의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인 제가 요구할 권리라는 점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더라도, 저는 그것을 요청할 수 있는 입장입니다. 만약 제 입장처럼 단호하게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가족이나 지인을 통해서라도 접수를 강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저는 고민 끝에 회사 담당자에게 문자로 확실히 통보를 했습니다. “이번 주 화요일 낮 12시까지 대인 접수 번호를 보내주시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사고 접수하겠습니다. 당시 과속 운전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 판단되며, 그렇게 경찰에 진술하겠습니다”라고 말이죠. 이 문자를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곧 대인 접수 번호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배운 점은, 피해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명확하고 단호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태도는 말보다는 문자로 남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문자 기록은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도 유효한 증거가 되니까요.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기사님에게만 보내지 말고 회사 담당자에게도 반드시 동일한 내용을 통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담당자 번호를 모른다면 내선번호나 회사 대표 번호를 통해서라도 연락을 시도해야 합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생각이 듭니다. 처음 그 제안을 받을 때, 아무것도 모르고 단순히 진단서만 보내고 끝냈다면 저는 최소한의 치료비만 받고 나머지 보상은 전혀 받지 못했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요.

이제는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사고가 났을 때는 가장 먼저 내 몸을 돌보고, 그 다음엔 내가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확인하고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요. 혹시 저처럼 비슷한 상황에 놓이신 분들이 있다면, 저의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디 치료 잘 받으시고 하루빨리 건강 회복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