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 차량에 문콕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돌아와 보니 조수석 쪽 도어에 선명한 찍힘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순간 화도 나고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다행히 주차장 CCTV와 제 차량 블랙박스에 상대 차량이 문을 열다가 저희 차에 부딪히는 장면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증거가 확실하니 처리에 문제 없겠지” 하는 생각에 상대 차량의 보험사에 직접청구 접수를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시작이었습니다. 보험사에 연락을 하니, 담당자는 “교통사고사실확인원(이하 교사원)”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순간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건 단순한 문콕 사고인데, 교사원까지 필요하다고? 저는 직접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고 있었고, 영상에는 사고 순간이 분명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그런데 보험사는 “교사원이 없으면 접수할 수 없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그 사이, 사고를 낸 상대 차량 운전자도 접촉 사실 자체를 부인하기 시작했고, 점점 일이 복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교사원이라는 문서는 원래 경찰이 발급하는 자료로, 사고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해주는 서류입니다. 저는 직접청구를 하기 위한 절차로 단순히 보험사에 사고를 통보하면 될 줄 알았는데, 보험사는 반드시 교사원이 있어야만 접수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억울하고 불쾌했지만, 조금 더 알아보니 교사원은 직접청구의 필수서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는 ‘교사원’이라는 말이 명시되어 있는 게 아니라, “사고 발생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라고만 나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블랙박스 영상이나 CCTV 영상처럼 사고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직접청구가 가능하다는 뜻이었습니다. 특히 보험 약관상으로는 대물 사고가 이미 접수된 상태라면, 그 자체로 사고 발생이 인정되기 때문에 대인 피해에 대한 직접청구가 가능하다는 해석도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보험사에서는 여전히 교사원이 필요하다고 고집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보험사 내부 절차를 단순화하려는 목적이나, 지급 책임을 줄이기 위한 관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가해자가 끝까지 접촉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럴 경우에는 결국 경찰서에 접수해서 정식으로 사고 조사를 받고, 교사원을 발급받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합니다. 교사원 발급은 보통 3~4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고, 경찰이 형식적으로 조사를 마치기까지 꽤 번거로운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경찰이 문콕 사고 같은 대인이 없는 단순 접촉사고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과정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하지만 블랙박스 영상이 확실한 증거로 존재한다면, 경찰도 접수를 무조건 거절할 수는 없습니다. 저 역시 해당 영상을 파일로 정리해 두고, 사고 당시 상황을 정리한 진술서와 함께 경찰서 민원실에 방문할 계획입니다. 사고 접수 후 교사원을 발급받게 되면, 그제야 보험사도 더 이상 접수를 거절할 수 없게 됩니다. 왜냐하면 직접청구는 피해자의 강력한 법적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상대방 보험사가 접수를 7일 이상 지체할 경우, 금융감독원의 기준에 따라 과태료 대상이 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청구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며 느낀 건, 보험사나 가해자보다도 피해자가 더 많이 발로 뛰어야 하는 현실입니다. 피해자는 증거를 모으고, 영상 파일을 정리하고, 경찰서에 민원을 넣고, 보험사와 소통하며 끊임없이 입증해야 합니다. 저는 사고 이후로 이런 과정 하나하나가 너무 지치고 억울했지만, 그래도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포기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앞으로 비슷한 상황을 겪게 될 누군가를 위해서라도 이 과정을 끝까지 밟아볼 생각입니다.
만약 문콕 사고를 당하셨고, 상대방이 발뺌하거나 보험사가 교사원만을 고집한다면, 너무 낙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증거가 있다면 분명히 길은 있습니다. 단지 시간이 걸리고 귀찮은 절차가 있을 뿐입니다. 저 역시 마무리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피해자에게도 분명한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끝까지 정당하게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